티스토리 뷰

게임

PC용 조이스틱 DIY

June! 2018. 2. 9. 01:28

시중에 파는 조이스틱들은 전부 부피가 너무 커서 보관이 어려웠던 관계로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PC용 조이스틱 자작에 도전해 보았다.

1. 재료 준비


이 재료들 중, 기판은 해외 이베이에서 자작에 많이 쓰이는 기판을 구입했다. Zero Delay Arcade Game Controller USB Joystick Kit 이란 것이고, 기판과 연결 케이블을 포함하여 4.55달러에 구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의 가운데 위에 있는 기판과 케이블 뭉치가 그것이다.


가운데 아래의 스틱은 오락실용 철권에 사용되고 있다는 삼덕사의 309 스틱이다. 목이 올라온것과 안올라온 버전이 있는데 목이 없는 버전을 선택했다. 목이 올라온 버전을 구입하면 스틱 구멍을 더 크게 뚫어야 한다.


오른쪽 위의 버튼은 삼덕사의 신형 버튼이다. 스틱에 필요한 만큼 구매했다. 일반적인 게임패드는 윗쪽에 버튼 4개, 앞쪽 양옆에 2개씩 해서 총 8개의 버튼이 사용된다. 따라서 나도 버튼을 8개 구입했다. 그 아래의 작은 빨간색, 흰색 버튼은 스타트, 셀렉트 버튼 용으로 구입했다. 작은 크기의 스틱을 만들려다보니 공간이 비좁아서 스타트, 셀렉트 버튼을 큰 사이즈로 넣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작은 사이즈로 준비했다.


무엇을 만들던지 자작에서 제일 어려운건 케이스인 것 같다. 스틱용 케이스를 어떻게 만들지를 굉장히 오래 고민하다가 적당한 사이즈의 플라스틱 몰딩 케이스를 발견했다. Coms사에서 나온 것이고 모델명은 BE459, 사이즈는 20 x 12 x 5.5 cm 이다. 위의 스틱과 버튼들을 빈틈없이 배치하면 저 사이즈 안에 가까스로 넣을 수 있다.

2. 케이스 가공과 조립

재료는 다 준비 됐으니 이제 조립을 하면 된다. 

먼저 이번 자작의 가장 어려운 부분인 케이스 가공이다. 준비한 플라스틱 케이스는 구멍이 전혀 뚤리지 않은 케이스이기 때문에 스틱과 버튼을 위한 구멍을 뚫어야 한다. 자작인의 필수품 드릴이 필요하다. 버튼용 홀 크기가 크기 때문에 각종 홀가공용 드릴 비트를 준비해야 한다.

케이스에 뚫을 위치를 표시하고 드릴로 뚫으면 된다.(참 쉽죠) 작은 홀이면 그냥 뚫으면 되지만 문제는 큰 홀이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원칙은 한번에 뚫지 않고 얇은 비트부터 큰 비트로 단계적으로 지름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작은 크기인 스틱 고정용 나사 구멍은 그냥 일반적인 드릴비트로 뚫으면 된다. 위 사진의 가장 작은 구멍 네개가 바로 그것이다. 그 다음 스틱이 들어갈 구멍과 스타트, 셀렉트 버튼용인데, 이건 지름이 약 1.5 cm 정도 된다. 일반적인 드릴로는 뚫을 수 없다. 그래서 준비한게 바로 '스텝 드릴 비트' 라는 것인데 위의 사진 가운데 있는 것이다. 이것은 깊이 박을수록 1미리씩 넓게 뚫리는 비트로 작은 홀 가공에 주로 쓰인다. 사진의 저 비트는 12미리까지 뚫을 수 있다. 그런데 홀의 크기가 12미리를 넘는다(!). 그러나 다행히 차이가 3미리 정도밖에 안나기 때문에 12미리로 뚫고, 홀을 15미리까지 넓혀줬다. 구멍의 크기를 확장할 때는 '핸드리머'를 사용했다. 위 사진의 왼쪽이 핸드리머다. 구멍에 넣고 손으로 돌리면 플라스틱 케이스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다.(알루미늄 케이스도 쉽게 뚫는다) 이 두 공구를 이용하여 위의 구멍을 다 뚫을 수 있었다.



이제 제일 어려운 큰 버튼용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뚫을 위치를 표시한다. 다른 사람들은 도면에 그린걸 출력해서 위에 대고 위치를 잡는데, 나는 너무 귀찮아서 그런짓을 할 수 없었다. 대충 버튼 고정 부품을 배치하고 가운데를 찍었다.(보통 이러면 뚫다가 망하는 수가 있다)



버튼 구멍은 지름이 30미리정도 된다. 이전에 사용했던 스텝드릴비트나 핸드리머로는 도저히 감당안되는 크기다. 그래서 준비한건 바로 위 사진의 '홀 쏘'다. 구멍의 크기에 맞게 가운데 막대기를 좌우로 움직여서 조절한 후, 가운데 드릴 비트를 중심에 대고 돌리면 왼쪽의 칼날이 회전하며 구멍을 뚫어준다. 30미리의 홀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날을 중심으로부터 15미리 거리로 조정해서 사용했다.



저걸 사용하면 위와 같은 플라스틱 쪼가리들이 대패질한것처럼 쌓이게 된다. 위의 사진은 구멍 한개 뚫었을 때 나오는 양이다.(8개 뚫어야 한다)



한참을 드릴과 사투를 벌여 위와같이 모든 버튼 홀을 다 뚫을 수 있었다. 이제 제일 어려운 작업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다 뚫었다고 안도하고 케이스를 뒤집는 순간... 위와 같은 것을 발견했다. 버튼 구멍이 케이스 테두리에 딱 닿게 뚤렸다. 아까 눈대중으로 대충 위치잡고 뚫으면 망한다고 했는데, 이건 실제로 망한거다.



왜 망했냐면, 위의 사진과 같이 실제 버튼을 케이스에 끼울 때, 버튼을 끼우고 둥근 링으로 고정을 해야되는데 그 링이 위의 사진처럼 케이스에 걸려서 들어가지 않는다.



이럴때는 구멍을 메우고 다시 뚫을 수는 없으니 주저없이 케이스를 잘라낸다. 다행히 플라스틱 케이스라 니퍼로 쉽게 잘라낼 수 있었다.(알루미늄 케이스 였으면 드릴과 그라인더가 필요했었을 것이다.)



이제 드디어 전면 홀가공이 완료됐으니 버튼을 결합한다. 버튼 끼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버튼 끼우고 링을 돌려서 고정하면 된다. 너무 헐렁하게 조이면 사용하다 풀어지니 꽉 조인다.



이제 스틱을 끼워야 되는데, 스틱은 자체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부품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따로 준비해야한다. 다행히 전에 다른 스틱을 만들때 준비해놓은 볼트와 너트가 있었다.



스틱의 몸통 부분을 위의 사진처럼 볼트와 너트 4개로 고정한다.



이제 스틱 윗부분을 결합해야 하는데 결합 후에 위의 C링을 스틱 아랫쪽에 꽂아야 한다.



위의 사진의 가운데 흰 원통 바로 위에 꽂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꽂기가 쉽지 않다. 맨손으로 시도했다가는 손에 구멍날 수 있으니 꼭 펜치나 플라이어와 같은 공구를 이용하자.



C링을 결합하면 이렇게 된다. 참고로 C링은 끼우는 것보다 빼는게 10배는 더 어렵다. 절대 다시 빼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고민하고 끼우도록 하자.



이제 스틱과 버튼 결합이 끝났다. 윗면은 이제 다 했고, 이제 아랫쪽을 만들어야 한다.



아랫쪽은 바닥면에 스틱 본체를 고정하기 위한 흡착판을 장착한다. 그리고 컴퓨터와 연결을 위해 USB케이블을 기판에 장착해야 한다.



USB케이블은 위와 같이 네모난 고무가 꽂혀있다. 이것을 케이스에 결합하기 위해 케이스 뚫어야한다.(또)



우선 흡착판을 장착하기위한 홀을 바닥면에 4개 뚫는다. 그리고 흡착판을 저 구멍에 넣으면 되는데, 이번 조이스틱 자작의 두번째로 어려운 부분이 바로 여기다. 흡착판을 저 구멍에 넣는게 굉장히 힘들다. 아쉽게도 사진이 없으니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이번에는 USB케이블을 장착하기위한 홈을 만들어야 한다. 원래 네모로 뚫어야 하는데 그렇게 뚫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선 드릴로 둥글게 뚫고 나머지를 니퍼로 잘라냈다. 대충 비슷하게 뚫은 것 같다. 이제 드릴을 사용하는 부분은 다 끝난 것 같다.



케이스 가공이 끝나서 이제 별로 어려운 것이 없다. 케이스에 기판을 장착한다. 케이스 내부에 별다른 고정 부분이 없기 때문에 그냥 글루건으로 기판을 붙였다. 기판 장착에 글루건만한게 없다.



기판의 글루가 마를 동안, 버튼과 스틱에 케이블을 연결한다. 케이블이 많아서 정신없다. 이 케이블들을 전부 기판에 꽂아야 한다. 이 때, 스틱같은 경우는 4개의 케이블을 각각 기판의 상하좌우에 연결하면 된다. 하지만 나머지 10개의 버튼들은? 어디에 꽂아야 할지 알 수 없다. 다행히 나는 이전에 다른 스틱이 있었기 때문에 그 스틱과 똑같이 동작하게 만들 수 있었다. 우선 다른 스틱을 꽂아서 윈도우의 조이스틱 셋팅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아랫쪽 버튼에 보면 각 버튼을 눌렀을 때 해당되는 번호에 불이 들어온다. 나의 경우에는 아랫쪽 버튼은 왼쪽부터 7, 1, 2, 가운데 버튼은 5, 3, 4, 윗쪽은 6, 8 셀렉트 스타트는 9, 10번이다. 원래의 조이스틱을 빼고 제작중인 스틱을 연결하고 같은 셋팅을 연 후, 기판의 버튼을 꽂는 곳을 보면 다음과 같이 각 칸에 핀이 두개씩 나와있다.



실제 버튼이 눌렸을 때, 이 두 핀이 접촉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 상태로 버튼 동작을 확인하기 위해 두 핀을 드라이버 같은 걸로 동시에 접촉(쇼트)시켜서 연결해본다. 그럼 조이스틱 설정에 해당 버튼의 불이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불이 안들어오면 기판이 고장난 것이다.) 다행히 이 기판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1~12까지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버튼을 순서에 맞게 꽂기만 하면된다.



스틱과 버튼을 기판에 다 꽂고 케이블을 정리해줬다. 케이블 정리 안하면 케이스 안이 선으로 꽉 차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제 케이스 상판과 하판을 덮으면 끝이다.



완성. 제작 소요시간은 약 3시간 반 걸렸다. (케이스 가공에 3시간) 완성후 테스트해보니 윗쪽 버튼 하나가 살짝 불량이다. 조만간 버튼을 교체해야겠다. 자작 스틱의 몇 안되는 장점중 하나는 버튼이나 스틱을 쉽게 교체(케이스를 추가로 가공해야되면 쉽지않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스 가공의 흔적.

3. 마무리 (느낀점)

조이스틱 자작은 본인이 정말 할일없고 심심해서 자살하기 일보 직전이 아니라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중에서 파는 것을 사는 것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득이다.


댓글